에어백 터지다
새벽 바람조차 한결 온순해진 시간,
드뎌 강원도 살기 좋은 계절은 돌아 왔으나
집 위로 길게 누워 있는 저노무 사래 긴 밭을 갈아서 씨를 뿌리고...
궁리만 옹골지다
별빛 한모금 마시고 집을 나서서
산 넘고 강 건너 장 장 70키로미터...
늘 다니는 출근 길이니 흥얼 흥얼 노래도 불러가며 제법 여유로운데
섬강 다리 건너 구제역 방역 초소를 지나고 울퉁불퉁 패인 길을 막 지날 무렵,
게릴라 같은 안개덩어리를 만났으므로 속도를 줄일 참인데 차 앞으로 뭣인가가 뛰어 들었다
확인된 물체는 검은색 고양이,
장마철 길바닥 고인 물에서 물 귀신을 만난들 이 보다 더 화급하랴
브레이크와 함께 황급히 차를 좌측으로 틀음으로써 겨우 고양이는 피 했으나
아뿔사
이건 또 뭐시랴?
안개 속에 미등도 켜지 않은채 서행 중인 미니버스의 뒤꽁무니를 추돌했고
에어백 터진 꼴을 겪어 봤어야지... 갑자기 캄캄해진 눈 앞과
터진 에어빽이 안경을 감싸고 퍼지는 통에 온통의 통증이 콧등에 얹혀서
겨자 듬뿍 친 팔보채를 한입 가득 물었을 때 처럼 눈물 콧물이 범벅이다
잠시 정신을 수습해 창 밖을 보니
이건 또 뭔 상황?
빡빡 스님들이 웅기중기 모여 있는거 아닌가
하필이면 스님들 단체로 타신 버스 꽁무니를 들이 받았으니
부처님 똥침 놓은 꼴과 무어 다르랴
그 중 몇몇 스님께서 창문을 근심스럽게 두드리시길래
"다치신 분은 없으신지?
어느 절 스님들 이신지?" 여쭈었더니
입을 모아 대답 하시기를
어느 큰마을 각 사찰에 계신 스님들로
이 나라 안에 구라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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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을 찾아 가시는 중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