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어슬렁 골목 안으로

햇꿈둥지 2017. 2. 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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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푸르를 향해 가던 길

무작정 티미의 골목길로 들어섰다.

마을 한 복판에 노지가마를 만들어 놓고 작은 규모의 수공으로 만들어내는 생활 그릇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눈 깊은 도공 처녀는 불두상에 나발(螺髮)을 넣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기처럼 성형-소성-초벌-유약...의 형태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유약 없이 초벌구이 정도로 마무리 되는 그릇들,

그럼에도 표면의 문양이 질박한 중에 정성스럽다.


※나발(螺髮):부처님 헤어스타일이 꼬불꼬불한 것은 보리수 나무 아래 결가부좌 하신채로 계시는 동안

                 달팽이들이 집을 지어서 그러하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얘기가 있기는 하나

                 어쨌든 그 모양 그대로의 이름으로 나(소라)발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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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한 귀퉁이

정자 같은 곳에 자리 잡으신 아저씨께서 버프(버팔로)로 부르는 고기를 팔고 계신데 물소 외에는 잡지도 팔지도 않는다고 한다.

땅 위의 소들을 일제히 물속에 집어 넣은 뒤 잡으면 될 것을...

그 맞은편 찌아(짜이)를 팔고 계시는 아저씨,

모두들 어둡고 좁은 가게안에 들어 앉아 한잔에 20루피(내 나라 돈으로 200원쯤)인 찌아를 홀짝 거리며 거리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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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박해 보이는 이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충이 없어 보인다.

여러 신을 모시는 힌두인들은 머리를 기르거나 말거나 몸을 씻거나 말거나 거지 꼴을 하고 다니거나 말거나 벌거숭이로 다니거나 말거나

그들이 택한 신과 신앙의 방법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

그리고 자기 신앙에 아주 철저한 그들,

우리 처럼 대충 대충의 날나리 신자는 절대 없어 보인다.


바다가 없는 나라

그런데 저 쟁반 위에 얹혀져 있는 빈디 물감을 담은 조개 껍질은 어디서 온 것일까?

초, 특급, 울트라, 킹, 왕 짱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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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어슬렁 거리던 우리 일행은 일제히 심봤다.

도대체 뭔 일이 난건지

제일 앞 줄, 목에 꽃을 두른 까만 염소 사뿐사뿐 걸어가고  그 뒤로 음식 그릇을 든 많은 사람들의 행렬,

우선 낑겨 보기

맨 뒷줄에 슬그머니 낑겨 주전자를 든 사내아이에게 수작을 건다.

-주전자에 뭐가 있어?

-창(술)이 있어요

-오늘은 뭔날이야?

-내일 마을에 결혼식이 있어 신전에 제를 올리러 가는 거예요.

사내아이 손에 막대 사탕 하나를 쥐어주고 술 주전자는 내가 대신 들으므로써 어쨌든 행렬의 일원이 되었다.


이곳 티미에는 네와르족이 많이 살고 있으며 

혼인 약속인 브라따반다를 위해 마을에서 가장 큰 쿠마리 신전에 염소를 잡아 제를 올린다고 한다.

경쾌한 걸음으로 앞장섰던 염소는 머리와 꼬리가 잘려 신전에 바쳐지고 그 과정으로 신전의 바닥은 염소의 붉은 피로 흥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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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을 안에서 두번째 횡재,

쿠마리 신전을 돌아서서 나온 우리들 눈에 색깔 고운 포장이 쳐진 골목 안 풍경이 들어온 것,

최악의 상황 이래봐야 쫒겨나는 정도일 것,

우루루 들어선 우리에게 마당 가득 앉아 무언가 분주한 사람들 시선이 모아졌다.


토피 아래에 꽃을 꽂으신

가지 비따 할아버지의 77번째 생신인 정꾸를 맞아 가족과 이웃이 모두 모여 잔치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집에서 직접 증류하여 만들었다는 락시를 한잔씩 마신 일행이

손잡아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 드리고 잠깐이지만 어울어진 춤판이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할아버지 손에 약간의 축의금을 쥐어 드리는 살가운 정을 나누고

같이 점심을 먹자는 부여잡음을 사양한채 박타푸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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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푸르 사우마디 광장

이곳도 지진의 피해가 심해 둘러보는 곳 마다 아프게 망가져 있었다

무너지고 부서진 외의 기울어진 곳곳은 어디서든 보이는 풍경처럼 나무 기둥에 기우뚱 기대어져 있을 뿐,

물 위에 띄워진 쌀이 불어 알수없는 문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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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채기 깊은 사원의 5층 냐타뽀라 음식점에 앉아 묵묵히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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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요(九曜)상,

힌두신인 태양과 달을 포함하여 5행성인 수, 금, 화, 목, 토성과

일식, 월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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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문화가 석각 문화라면

네팔 문화는 목각 문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교하고 유려하다.

이곳에서 세게 유일의 삼각 형태로 만들어진 네팔 국기안에 등장하는 해와 달의 목조각 제품을 샀는데

멀쩡하고 예쁘게 생긴 기념품점 아가씨

그토록 상냥한 미소로 곱빼기 바가지를 날렸다.


내 그럴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