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안빈낙동(安貧樂冬)

햇꿈둥지 2017. 12. 2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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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이 겨울의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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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크려 있던 햇살이

조금씩 제 힘을 키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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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연세 드신 분들이

"애동지에는 팥죽을 먹지 않는다"고 했으므로

대신

팥빙수라도 먹자고 제안 했다가 지청구만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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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볔 어수선한 꿈길에

여전히 가리마 고우신 어머니를 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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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 툴 잠 찌꺼기를 털고

 

국민보다 시민

식량보다 음식이 궁금하여

한달여 전 구해 놓았던 책을 펼친 시간

산골 뜨락에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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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나무나 한짐 져 내려보리라고 눈 쌓인 뒷산에 올라

제법이다 싶을 만큼 나무를 얹어 막 일어서던 참에

나뭇사이를 지나던 멧돼지 가족과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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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돼지와

선나뭇꾼인 나만 딸꾹질을 할 만큼 놀랐을 뿐

어린 새끼 돼지들은 꿀먹은 오소리 처럼 멀뚱멀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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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장난 같은 일들로

하루를 동동거리다 보면

짧은 해는 이내 서산에 걸리고

일찍 불 들인 구들방 아랫목에 엎드려 책 몇줄을 읽다가

아이처럼 잠들어도 그만인 산골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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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빈낙동(安貧樂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