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아슬아들 혼례식

햇꿈둥지 2017. 8. 29. 18:28






#.

結婚이란

먼 옛날 중국에서 성행했던 매매혼

더러는 약탈혼을 기원으로 한다.


#.

이 나라 법률 또는 행정 용어에 결혼이란 없다

혼인(婚姻)이 있을 뿐이다.


#.

이걸 안 오래 전 부터 축의금 봉투에는

결혼 축하가 아닌

慶賀婚姻이라고 써 왔었다.


#.

어쨌든

아이들 혼례가 이틀 뒤인 24일 아침,


#.

새볔부터 신열이 시작 되었다.

전에 잠깐씩 오던 그런 열이 아니고

40도쯤의 쎈놈이 왔다.

헛소리로 세상에 아니 계신 어머니를 부르고

땀을 흘리며 오한에 떨어야 했다.


#.

전화를 받은 수석 간호사는 앞뒤 가리지 말고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했고


#.

그렇게 응급실,

절대호중구 수치 제로 상황에서 만들어진

폐렴 증세가 원인,


#.

항생제와

해열제와

면역 증강제와

마약류로 처방된 이런 저런 약들...


#.

다음날

면역력 회복 수치는 약 380 정도

체온은 조금 진정되어 38도 선

의사는 혼례식 참석 포기를 권고했다.


단,

내일 아침 면역 수치가 1000을 넘어서면 외출을 승인 하겠다는 것,


#.

"바다 한가운데서 코끼리 떼를 만나는 것과 같은 기대 입니다"


그래 까짖거...

바다 가운데서 코끼리 만나는거 좋아하지도 않는다...


#.

다음날 아침

간호사가 와서 전하기를

외출이 가능할 것 같아요 체온은 37도 선으로 진정 되었고

면역 수치는 1000이상으로 뛰었어요

그런데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게 면역 수치예요 어떻게 이럴수 있죠?


밤새

면역력 불법 대출을 받았거든요 ^^


#.

팔뚝의 정맥 주사 바늘을

그대로 매달아 테이핑만 한 채


#.

서울이란 도시의 길,

이리로도

저리로도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고성능의 차들이 뒤엉켜

서로가 서로의 길을 막음 으로써


#.

시작 10분전쯤

유령처럼 예식장에 잠입했다.


#.

그리고 인사 말씀,


결혼이 늦어 걱정 했더니만

서로 주님의 어린양이 되어

서로를 훔쳐내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두 사람이

건강하고 성실한 부부로 자라가는 과정들을

다시 깊은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라고,


#.

주례를 맡으신 시골교회 목사님의

이해 할 수 없는 시선이 잠깐 교차 했었다.


#,

아이들이 신혼 여행으로 비행기에 오르던 시간

나는 다시

병상에 누워 정맥 주사를 꽂아야 했다.


#.

응급실에서

응급 단기 입원실로

다시 응급 완화병동으로

그리고

무균집중 치료실까지의 5일간,


#.

지금은

초록,


치악의 뜨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