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단체 방문객
집에 도착한 시간이 일곱시 넘어,
그렇잖아도 산그늘 길어 일찍 찾아 오는 밤이
흐린 날씨에 하루종일 비를 뿌렸으니 오늘 밤은 훨씬 부지런하게 당도한 셈 입니다
늘 그렇듯이
대충 씻고 신문도 좀 보며...저녘을 먹고 있는데
이 조용한 산속 창 밖이 수선스럽고 악을 쓰듯 짖어대는 개들...
급기야는 방 창밖에 후래쉬 불빛인지...어지럽습니다
이 날껏 산속 살이를 하면서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니 아내며 조카 녀석은 화들짝 놀라 몸을 옹크리는데 내게도 적지않게 긴장 되는 일,
옷을 고쳐 입고 문 밖을 내다보니
얼굴은 짙은 검정으로 위장을 하고 배낭에 총을 멘 군인들
어려서부터 세뇌되듯 받아 온 반공 교육의 온갖 것 들이 짧은 시간 속에서 살아 납니다
나두
저어어기 옛날 옛날 계방산의 이승복 어린이처럼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라고 하여 이 나라 반공 교육의 근간이 시퍼렇게 살아 있음을 알려야 하는걸까?
헷깔리고 헷깔려서 헤메고 있는 사이
인솔 장교인 듯한 사람이 말을 건넵니다
"동계 야영 훈련 중인 군인인데 비는 오고 야영지가 마땅치 않으니 저기 밭 위의 비닐하우스를 써도 되겠습니까?"
어느 틈에 옆에 왔는지
옆에 선 아내는 그럴거 없이 아예 집안으로 들어와서 자라...인데
고렇게는 할 수 없으니 비닐하우스만 빌려 줘라
까짓거 맘대로 해라...
이때부터 촌부부
별 걱정에 별 짓을 다 하기로 작정 합니다
우선
큰 그릇 가득 돼지고기 찌게를 끓이고 김장 김치를 새로 꺼내어 썰고 새콤달콤 무쳤던 장아찌를 그릇에 담고
양 손 가득 들고 올라가 보니
밥은 전투 식량 이라는 것이고 반합에는 라면이 끓는지...
옛날 옛날 이몸이 국방부 한시 취업 당시와 달라진 것 이라곤 크게 없어 보이는데 다만 휴대용 부탄 가스렌지를 가지고 다닌다는 점,
어젯밤,
밤새
자가 깨다를 반복 했습니다
저 위에 비만 가렸지 여전히 추울 산 속에서 불편하게 잠을 청 했을 젊은 그들...
출근 길에는 아내에게
하지 않아도 그만 일 쓸데없는 다짐을 두고 나옵니다
밥 넉넉하게 하고
반찬거리 있는거 몽땅 털어서 저 사람들 맛있는 아침을 준비해 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