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시월,

햇꿈둥지 2014. 10. 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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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월

뒷산 능선이 자꾸 수척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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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하루낮 동안 비 오신 뒤

산골짜기 모옥을 휘감아 도는 밤공기가

제법 겨울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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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거두지 못한 감자가 아직도 거친 풀밭에 누워 있는데

고추와 고구마 밭의 갈무리를 발등에 얹어 놓고 마음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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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시골살이

9월의 서른 날들을 도둑맞듯 잃어버리고

분풀이 같은 서가 정리 끝에 낡고 망가진 성서 한권을 쏘시개 삼아 아궁이 가득 불을 넣었습니다

오늘밤엔

주님의 말씀들 따순 온기로 살아나 등때기 따듯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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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을 한바퀴 둘러 오리라고 들어 섰는데

밤나무 아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해 무거운 배낭으로 되돌아 섭니다

알밤 무게에 더한 욕심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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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가을,

문 닫고

맘 닫고

모두 닫아

그리움에 감염되는 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