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수다방
햇꿈둥지
2021. 4. 30. 05:56
#.
촌동네 코딱지 미용실은
머리를 손질하기 보다는
#.
누구에 누구부터
어디 어디의 무엇 무엇들에 대한 소식들이
미용사 아줌마가 말아 놓은 머릿결보다 더
꼬부랑 하고도 찰랑하게 넘치는 곳,
#.
왜
간짜장만 있고 간짬뽕은 없느냐는 얼큰한 의문과
교회와 성당 다니는 이의 비행이 성토됨으로써
#.
한 주간 지은 죄를 회개하고
다시
앞으로 지을 죄를 예약하는 장소 정도로 결말지어지기도 하는
흥미진진한
수다방,
#.
세월보다 앞서서 늙어가는 사람들이
미명의 이른 시간에 마을 꽃길을 만들었다.
#.
작은 바람에도
속절없이 꽃잎을 떨군 목련나무 아래를 정갈하게 다듬어
7,8월 더위에도 끄떡없다는 이름 모를 꽃을 심었다.
#.
긴 시간 애 태우던
길 공사가 마무리되던 날
그 둔중한 콘크리트 아래 갇힌
지렁이며
땅강아지와
꼬물꼬물의 벌레들을 생각했다.
#.
사월의 마지막 새벽
또 비 오시고
무수한 꽃잎 위에 누운
봄의 임종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