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세월도 가고 사람도 가고

햇꿈둥지 2008. 5. 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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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 수선 스럽다

옮겨 다닐 때 마다 유독히 지고 다니는 장비들이 많은 일 이다 보니

어수선함 또한 짐 만큼 커진다

"변방"이라는 표현대로 촌동네이다 보니 가서 시원하고

와서 서운 하고...인데 그 와중에 가는 정 오는 정을 새롭게 하겠노라는 짓거리가

그저 질펀한 술질... 

재주없이 3년여를 처 박혀 사는 나는 술에 취하기 보다는 거듭되는 술잔의 무게에 짓 눌려 가라 앉고 있는지도 모른다

곤죽으로 취한채 장황한 재임 중의 치적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걸 이렇게 저걸 저렇게...했노라는...

 

이럴 때 마다 귀 막고 눈 감고 독작의 대포잔을 들이 붓는 못된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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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열어 놓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파리의 극성도 길어지길래 촌동네 장날 예쁘장한 파리채 하나를 장만 했다

그리고 깨우쳤다

파리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는 파리채에 앉는 것 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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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 길에

머리 위로 주황색 꽃송이 하나가 뚝 떨어졌다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보니

청솔모 한마리가 열심히 꽃송이를 따고 있었다

 

오늘 하루

세상의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꽃송이나 따고 있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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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을 들여다 보다가 문득 일어서는 궁금증 하나

 

도대체 저놈들은 모가지가 어디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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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새벽 길을 걷다 보면

아카시아 향이 물러 갈 때쯤

그 보다 더 진한 찔레향이 있음을

뱃살 빠지기 전에 깨우쳐야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