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설 epilogue

햇꿈둥지 2014. 2. 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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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부터

명절 차례는 이곳 소토골에서 지내기로 결정하자

세마리 개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소한

"개 명절쇠듯..."의 상황에서 벗어 날 수 있는 현명한 조치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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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고속도로이거나 철로를 이용하여 모두 모임으로써

치악산 소토골 오두막 속 여섯개의 방은 연일 만원 사례를 빚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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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 청소를 하다가

만두를 빚다가

기차역으로 아이들을 태운채 왕복 달리기를 하다가

맞춰 놓은 음식을 찾으러 재넘어 시내를 들락거리다가

소소한 심부름으로 동네 가게 문턱을 넘어다니다가

해넘이 무렵 불을 때기도 하다가

더러는 설겆이에 동원 되기도 했던

 

원 빌어먹을 놈의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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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특별 근무에 동원되던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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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빼어 기다리던 모든 날들이

아주 빠르게 지난날이 되어 버리는

 

늙고 낡아가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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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아야 한다는 다분히 동물적 명제에 멱살잡혀

35년쯤 내 몸을 구속하던 굴레 하나를 벗어 던졌다

이제

탱자탱자 자유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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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혀 두었던 책 펼쳐 구름 두른 치악과 마주 앉았다

가난한 뜨락에 겨울비 내리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