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선무당질로 허송세월

햇꿈둥지 2006. 11. 20. 13:47

 

 

겨울이 똥꼬를 치받기 시작한 11월 하고도 열여드레가 지난 날,

벼르고 벼르고 벼르기를 오년여 만에 실내 한지 문짝을 만들기로 했다

테이블 톱 설치하고

각도 절단기 늘어 놓고

이 연장 저 연장...

늘어 놓은 공구만으로는 기똥 차고도 입이 딱 벌어 질 만큼의 멋진 한지 문짝이 태어 날 것이 분명하다

 

우선은 문짝 제작 개수를 줄일 겸,

앞 동네 베드로네 집에 들려 기둥감 세개를 구해 온 뒤

갈아 내고

깎아내어 기둥을 설치한 뒤

 

썰고

켜고

대패질 하고

마디 마디 반틈새 따 내기에 왼갖 재주를 동원해서 뚝딱 거리기를 한나절

드뎌 문짝이 되었도다~

요리조리 슬근 슬근 톱질하여 문살도 만들어서는...

제법 폼 나는구나

 

그리하여

그리하여 한쪽을 끌로 파고 경첩을 달아 매달아 보니

얼씨구 이 문짝 저 문짝 경첩의 위치가 제각각인 것이야 까짓거 그렇다 치고

고롷게 열씨미 재고 재고 재기를

문디가 한밤중에 애 낳아 씻기듯 심혈을 기울였건만

한쪽은 짧고

한쪽은 길고...

 

어르고 달래어도 시원찮을 놈의 일을 어거지로 망치질에 망치질을 했더니만

문살이고 문틀이고...를 가릴 것 없이 아주 아작이 나고 말더라

 

아아아아~

이틀간의 가여운 내 노고여~

허무와 비애와 쪽팔림이 파도처럼 밀려 오는 등 뒤에서

마누라는 무엇하러 저리도 명랑하게 웃고 있는고...

 

우라질노무 궁합...

 

뭘 판다는건지 몰라도

그래 칠전팔기다...

 

그리하야

내가 원 하는 걸 제대로 팔 것 같은 목공소를 찾아 갔더니만

팔기는 커녕

삼년은 숙련 되어야 만들 수 있는 것을 직접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도사인 내가 만들어도 일주일은 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문짝 한개 당 가격이 삼십만원도 넘는다

 

어쨌건 저쨌건 이 문짝 도사의 이런 저런 얘기의 속내는

니 같은 핑신은 절때루 몬 맹긴다...이렇게 함축, 요약 되었다

 

그래 그래 실력이 변변치 않으면 오기라도 있어야지

석달 열흘이 걸리는 한이 있어도 내 손으로 맹길고 만다...

 

침 한번 퇴에~ 뱉고 돌아 서서 나오다 보니

우라질노무 목공소

개집 문간에 참한 한지 문짝이 달려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