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질로 허송세월
겨울이 똥꼬를 치받기 시작한 11월 하고도 열여드레가 지난 날,
벼르고 벼르고 벼르기를 오년여 만에 실내 한지 문짝을 만들기로 했다
테이블 톱 설치하고
각도 절단기 늘어 놓고
이 연장 저 연장...
늘어 놓은 공구만으로는 기똥 차고도 입이 딱 벌어 질 만큼의 멋진 한지 문짝이 태어 날 것이 분명하다
우선은 문짝 제작 개수를 줄일 겸,
앞 동네 베드로네 집에 들려 기둥감 세개를 구해 온 뒤
갈아 내고
깎아내어 기둥을 설치한 뒤
썰고
켜고
대패질 하고
마디 마디 반틈새 따 내기에 왼갖 재주를 동원해서 뚝딱 거리기를 한나절
드뎌 문짝이 되었도다~
요리조리 슬근 슬근 톱질하여 문살도 만들어서는...
제법 폼 나는구나
그리하여
그리하여 한쪽을 끌로 파고 경첩을 달아 매달아 보니
얼씨구 이 문짝 저 문짝 경첩의 위치가 제각각인 것이야 까짓거 그렇다 치고
고롷게 열씨미 재고 재고 재기를
문디가 한밤중에 애 낳아 씻기듯 심혈을 기울였건만
한쪽은 짧고
한쪽은 길고...
어르고 달래어도 시원찮을 놈의 일을 어거지로 망치질에 망치질을 했더니만
문살이고 문틀이고...를 가릴 것 없이 아주 아작이 나고 말더라
아아아아~
이틀간의 가여운 내 노고여~
허무와 비애와 쪽팔림이 파도처럼 밀려 오는 등 뒤에서
마누라는 무엇하러 저리도 명랑하게 웃고 있는고...
우라질노무 궁합...
뭘 판다는건지 몰라도
그래 칠전팔기다...
그리하야
내가 원 하는 걸 제대로 팔 것 같은 목공소를 찾아 갔더니만
팔기는 커녕
삼년은 숙련 되어야 만들 수 있는 것을 직접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도사인 내가 만들어도 일주일은 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문짝 한개 당 가격이 삼십만원도 넘는다
어쨌건 저쨌건 이 문짝 도사의 이런 저런 얘기의 속내는
니 같은 핑신은 절때루 몬 맹긴다...이렇게 함축, 요약 되었다
그래 그래 실력이 변변치 않으면 오기라도 있어야지
석달 열흘이 걸리는 한이 있어도 내 손으로 맹길고 만다...
침 한번 퇴에~ 뱉고 돌아 서서 나오다 보니
우라질노무 목공소
개집 문간에 참한 한지 문짝이 달려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