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서울 잠행

햇꿈둥지 2017. 8. 7. 12:58






#.

지난 시절 같았으면

가던 길을 멈추고 숱하게 물었어야 할

우렁이속 같은 길을

이리로 저리로 돌고 돌아 찾아 간

서울,

그 깊은 적층의 집들 속에

아들네 집?이 있었다


#.

어쩐지 서먹하고

또 서먹한 공간,


#. 

동과 서, 남과 북에 대한 감각의 마비

내게 서울은 항상 그랬었다.


#.

이 시대

최고로 유용한 발명품은 내비게이션이다.


#.

너무 많은 사람들과

너무 많은 건물들과

너무 많은 소리들과

너무 많은 거리들을 빠르게 벗어나는 일


#.

서울에서의 귀가는

탈출이었다.


#.

도시 사람들은

더위의 융단폭격을 피해

에어컨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건물 속에 격리되어 있었다.


#.

텅 빈 거리,

에일리언 같은 더위만 알몸으로 돌아 다니고 있었다


#.

취한 걸음으로 당도한 산골도


#.

치아 변변찮은 구순 넘어의 마을 할머니

나뭇 그늘 아래 국수 한그릇을 들고 계시다.


오물 오물

이승의 음식을 들어 저승으로 넘기듯,


#.

살아 있는 모두들 더워 죽겠다는데

그 아래 고개 빳빳하게 햇살들 모아 벙근 꽃을 피운

저 독한놈의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