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서울 잠입

햇꿈둥지 2015. 1. 8. 08:04

 

 

 

#.

"그냥 뻐스 타고 나갈테니 신경쓰지 말어~"

 

아내와 그 친구들이

남자는 필요없고 여자 모여라를 외치며 자기들끼리 뭉쳐

5박6일의 일정으로 남해 여행을 떠나던 날 아침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건성과 빈말속에 은근한 강요가 섞인 저 말을 그대로 믿고

약 취한 바퀴벌레 처럼 발라당 디비져 있는건

중전마마 젖탱이를 만진 꼴이 된다는 걸

백수 생활 이태쯤의 내공으로 이미 깨우친 바 있음으로

기꺼이 저 도시 끄트머리에 있는 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

"우리 거제 도착~  넘 좋다"

아내의 도착 문자,

 

"느므 느므 좋겠다~ C발~"

내 답장,

 

걸리면 끝장나는 수를 날렸나?

 

#.

서로의 빈 자리가 여유로움으로 작용하는

이상한 휴지(休止),

 

#.

그 틈새

절판된 책을 찾아 찾아 서울행 기차를 탄다

잠시

큰 도시 밖의 기차역에서

땅속의 차와 다시 다른 길의 차를 번갈아타야 하는 혼란한 방식,

그토록 다단한 사용법에 적응 하도록 진화를 마친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에 코를 박은 채 하염없이 도시의 내장을 흘러 다니고 있었다

 

#.

지금 막

강원도 산중에서 나온 이 미개인에게

어느 칠푼이 같은 이가 길을 물었으므로 최대한 정중하게 말씀은 드렸으나

정신을 가다듬어 확인해 보니

 

 

헐~

 

그러게 왜?

나 같은 촌놈한테 묻냐고???

 

#.

연탄 갈고

뒷산 땔나무를 져 내리기도 하다가

구들방 불 넣고

개밥 주고

청소하고

밥해 먹고

책 보다가

기타 치고 노래 하다가

 

자고

일어나고

이걸 하고

저걸 하고

 

짧은 겨울 낮 위에서의

동동걸음 맴 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