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생산자와 소비자
햇꿈둥지
2010. 7. 15. 09:53
어설픈 날나리 농사질에도
고추와 오이와 무 배추가 밭 가득 푸르르고
곰배팔이 화장하듯 서툴고 두서없는 전지에도 불구하고 마당가 자두는 가지 늘어지게 매달려서
이 나이에 무슨 낭만이라고 어둠 내리는 나뭇가지를 들춰 제법 붉은 단내를 뿜는 서너알을
흰머리 성성한 아내 손에 쥐어주면
단발머리 소녀처럼 호들갑 부르스로 감격해 하는 모습이라니...
거둠이 아닌
도적질로 가능한 시골살이
늘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되어
훔치고 먹고 버리고를 일 삼았을 뿐
저 넘치는 모든것들의 진정한 생산자는
하늘이며 바람이며 태양과
때로는 칠흑의 어둠 이었음에도
언제나 넉넉한 땅의 품
그리고
성실한 식물들 이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