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산골 가을 일상,
햇꿈둥지
2019. 10. 8. 14:20
#.
태풍 때문에
비닐하우스 안에 대피 중이던 고추를 옮겨
다시 햇볕 아래 널고
#.
심은지 네해만에
제법 알 굵은 밤을 따고
#.
벌써 6년쯤이 지났나?
발 닿는 곳이 가장 빈번한 데크 한 부분이 주저 앉아
망가진 자리를 손질하여 되살려 놓고는
풀 숲을 헤쳐
호박 몇개를 얻어오고
#.
늦은 점심 후에
운곡의 글 한줄을 먹갈아 써 놓고
#.
해 넘을 무렵
아궁이 가득 불을 넣어
방바닥에 흥건했던 냉기를 다독여 놓았다.
#.
나뭇잎들이
작은 바람에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산골짜기
#.
뒷산 정수리 부터
놀빛 가을이 내리고 있는데
가슴은 무채색의 그리움에 빠지기 일쑤,
무심한듯
널어진 고추를 뒤집고 또 뒤집어
다시 햇볕처럼 투명하게 말려가는 일 이거나
#.
아침에 했던 일을
저녁에 다시 하거나...
#.
별스러운 것 하나 없는 백수의 일상을 채근하여
시월을 벗어나고
가을을 벗어나기 까지,
#.
죽은 장자가
그저 일이 되어가는대로 마음을 쉬게 하라(乘物以遊心)고
처마밑 풍경을 흔들어
자주 일러 주는 산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