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산골살이의 별맛,

햇꿈둥지 2015. 7. 2. 12:52

 

 

 

 

 

 

#.

인생사 필연의 과정인가?

아내와의 공간이 확연하게 나뉘고 있다

동과 정의 억지 구분 말고도

소일의 내용과 자기 성격의 호불호가 틀리니 어쩔수 없는 일,

하여

아내는 주로 거실과 주방과 바느질방을 거점으로 맴돌고

나야 그저

책 쌓인 방과 불 때는 구들방을 맴돌고 있을 뿐,

 

#.

초저녁잠 이라면 실신의 경지에 이른 내게

공사다망한 도깨비 처럼 한밤중까지 말똥멀뚱 하던 아내가

고맙게도

밤 깊은 시간에 귀신같이 들어와 함께 잠들어 준다는 것,

 

#.

이런 문제 때문 이었을까?

거실의 티븨 외에 또 하나의 티븨를 설치해 놓고

이 산속까지 광케이블이 들어와

세상의 구석구석을 시시콜콜 알려주기 시작했는데

 

#.

뉴스도 연속극도

상자속 이런 저런 얘기들에 별관심 없어

티븨는 덮고 책을 켠채

비몽과 사몽으로 혼몽한 날들,

 

#.

같은날 공부를 시작한 늙다리 동무들의 한탄 섞인 전화가 있었다

한두과목씩 빵꾸가 났다는데

나는? 없다

아직 확인도 안하고 있으니까

 

#.

한오년 허공의 전선을 지탱해 주던 장대가

지난밤 비바람에 부러져버렸다

다시 나무를 베어야 하나?...

비닐하우스 파이프를 잠깐의 용접질 끝에 조금 나은 지짓대로 세워주었다

 

#.

별것 아닌 일에 대한 우쭐한 성취감,

시골살이의 별맛,

 

#.

내일은 서울 한복판으로 사냥질을 떠날 계획,

절판된 책을 찾아 곳곳의 헌책방을 누빌 생각임,

이 또한

시골살이 중의 소중한 재미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