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비 틈새 일

햇꿈둥지 2012. 7. 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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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아침은 새벽 다섯시 부터

아내의 아침은 아홉시 넘어...

 

이 지경의 불합을 등에 지고 절며 절며 삼십년

어쨌거나 궁합은 봤었다

 

#.

노란등 처럼 익은 참외 다섯알을 가슴에 끌어 안고 행복하다

날나리 농사질의 결과로는

 

기적

 

#.

새벽 여섯시 부터 예초기 돌려 밀림 지경의 밭을 구하다

비짓땀을 쏟아가며 용을 쓰다가 뒷산만한 허기에 몰려 집안엘 드니

아내는 여전히 혼수상태,

 

홀로 찬밥 끌어 안고도 그럭저럭 견딜만한 휴일,

허기야

갈수록 찬밥으로 전락해 가고 있으니 쉰밥만 아니어도 황공 무지무지,

 

#.

풀베기를 마치고 뜨락 샘물에 땀절은 몸을 씻고나니 이내 비,

 

것 참

하늘 조차도 마당쇠 대접,

 

#.

재 넘어 시내 변두리에 H.P라는 대형 매장이 생겼다고

근동에 신발있는 사람들 모두 모여 바글바글 복작대기를 수일

딸아이 혼수 준비에 멱살 잡혀 들려 보니

 

더 큰것

더 비싼 것을 더 싼 것 처럼

더 많이 사야 한다고 온통 삐까번쩍한 매장 곳곳,

 

이 시대 소비의 종결 형태는 쥐어 짜임?

 

#.

정자 위에 해먹 걸고 초록바람 둘러 낮잠이라도 즐길 참인데

입에 먹이 문 딱새의 소란스런 배회,

정자 지붕 틈새 늦둥이를 키우는 어미의 조바심이 딱도하여

시원한 바람은 추녀 끝에 걸어 두고 집안에 들어보니

치악과 백운이 빗속에 마주앉아 도란도란 정겹기도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