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비의 나그네
햇꿈둥지
2009. 7. 18. 13:25
#.
3일 동안 빗속에 갇혀 있다가 겨우 풀려난 날
허위허위 내 집에 당도해 보니
집 오름 길은 계곡이 되어 버려서 험한 물줄기만 사납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하고도 비는 그치지 않았으므로
술 한병 차고 창가에 앉아 독작의 술을 치며
말했지
"여보 저 물 쫄아 붙기 전에 발 담그고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읍시다"
그 마누라 이러더라...
"정작으루 쓸 물은 말라 비틀어졌는데 그 물 쫄아 붙는게 대수여~!"
뭔 말쌈 이신지...
#.
200미리
300미리...가 물의 량으로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날이
200미리 300미리쯤의 비가 쏟아져 내려서
몸도 마음도 옷도 눅눅하고
책장의 책도 눅눅하고
책속의 활자도 눅눅해서
심지어는
꿈길 마져도 눅눅한 날들...
#.
빈 집의 패인 길을
스테파노의 오지랖 왕성한 포크레인은
패인 곳 쓸린 곳 가릴것 없이 뺀도롬 다듬어 놓은 뒤
빗속으로 떠나 버렸다더라...
이 또한
비의 나그네...
#.
똥개 한마리에 옵션으로 붙어 온 토끼 두마리는
비와 바람에 떨어진
새빨간 자두들을 일용 할 양식으로 삼아
깡총
깡총
장마를 건너고 있었다
#.
또
비
또
우비를 준비 해야겠다
어디
뽀송한 곳에서
긴 낮잠에 빠질 수 있었으면...
#.
"하늘이 빤짝 빤짝 불이 났어요"
뇌우 내리던 밤
전화기 넘어로 들려 오던
쌍둥이들의 예쁜 전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