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불면은 바람같고
햇꿈둥지
2012. 2. 24. 10:47
#.
젊었던 시절의 호기는 온통의 주름살에 가리워지거나
성성한 백발에 스러져 버리고
진료 대기를 위해 휴게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들마져 낡아 보인다
병원이 통째로 늙어 보인다
그럼에도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뚜렷한 상표
노스페이스
노(老)스페이스?
#.
창가에 옹송거리며 겨울을 건너던 이런저런 화초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봄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인지...
#.
밤 바람 조차도 온순해진 몇일
몸의 문이 열려 산을 그리워 하는 증세
등산과 캠핑을 위해 쌓아 놓고도
여전히 사 들이기를 반복하는 일,
#.
마을 입구에
부숙 퇴비 포대가 산 처럼 쌓여있다
봄이 되었다는 것,
모두들
아지랑이 처럼 일어서서
들판을 깨우러 나가라는 것,
#.
창 밖 키 큰 나무들이
창 안을 기웃거리는 미명의 새벽
여전히 춥게 흔들리는 풍경을 보다가 토막 잠에 빠져 들기도 하다가
조각 꿈 하나 탯줄처럼 붙들고 서러워서
불면은 바람같고,
#.
아직 섣부른 일이 되겠으나
지금 이맘때쯤
양지바른 곳 마른 풀섶마다
낮게 엎드려 봄을 밀어 올리는 냉이가 있음을 안다
무쳐 먹고
튀겨 먹고
끓여 먹고
표현이 너무 짐승 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