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봄 꿈

햇꿈둥지 2018. 3. 10. 18:09






#.

버스를 내려 지나야 하는 시장 귀퉁이에

인도 사두 같은 차림새의 남자 하나

알 수 없는 주문을 주기도문 처럼 중얼 거리고

그가 잠시 하늘을 우러러 쉬는 사이

가만가만 봄빛이 찰랑이고 있었다.


#.

캘리를 배우겠다고

오늘도 sally~


#.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방 가득 모여

청단으로 홍단을 막고

고도리로 오광을 막은 다음

싹쓸이 두판으로 면피를 하고 난 뒤면

아직도 낼름

모서리 날카로운 북서풍이 몰려 다니는 산골

어느새 꼴까닥 해 저물고


#.

고스톱 신공 끝에

집집마다 밥 익는 냄새,


#.

침대가 맘에 안든다고 엄마와 누나를 살해 했단다.


하느님과 부처님과

알라신과 시바신과

우리 엄마 살아실제 성주신과 조왕신과 

티비마다 키스신이 숭앙되는 이 시대에

이 어인 사회구조적 부조리란 말인가? 


#.

서가가 하도 복잡불편하므로 봄맞이 일제 정리를 획책하여

우선 아이들 대학 교재 부터 일제히 박스안에 포납하여

고물상에 버릴 생각 이었는데 

오늘 문득 전화하여 무슨무슨 책을 찾아 보내 달라는 얘기,

-버리려고 다 묶어 두었는데

-버려요? 그거 지금은 구할 수도 없는 책이예요

그럴거면 즤네 집으로 퍼 가든지

옛날 옛날 글 모르는 아버지가 교과서 쭉 찢어 담배 말아 피운 꼴이 되었다.


#.

구들방 땔나무가 달랑거리는데

산골짜기 한밤은 아직도 영하...


꿈길마다 얼음이 서걱 거린다.


#.

뒷산에서 어깨 결리도록 짊어내린 나뭇둥치는

돌돌 말린 나이테를 뜨겁게 풀어

반쯤은 구들장을 뎁히고

반쯤은 허공을 달구어서

시나브로 봄 오시라고,


#.

오늘 밤엔 까만 허공에 기대어

엄마

엄마

엄마

세번만 부르고 잠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