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본격 가을

햇꿈둥지 2016. 9. 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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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볔 다섯시 넘어 시작하는 운동길에는

이울어지는 달빛이 치렁도해서

박명의 밝음이 아닌 달빛 밟아 걷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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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의 새볔

달빛 같은

고라니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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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어느 마을에서는

명절 설거지를 도맡아 해 주겠노라는 시아버지 일동의 읍소가 있었다고 했다


이제 겨우?

이미 오래전 부터 그러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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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길은 옷섶을 여미어야 할 만큼 소슬하게 추웠다

그토록 매웠던 여름의 더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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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땅에선 지진이 뒤흔들고

어느 철없는 이는 나라를 뒤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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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 한포기에 만원을 넘었으므로

김치를 포기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티비는 연일 죽는 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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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죽는 소리 속에서

한포기에 만원이 넘는 배추들이 소복소복 자라고 있으니

한량(寒凉)한 날들 속의 한량(限量)없는 한량(閑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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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의젓했던 나뭇잎들과

하늘을 비질하던 마른 가지들과

더운 여름을 가두어 오동통 여문 밤송이들을 손놓아 버린 허공은

훌쩍 높아지고도 시리도록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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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만한 바둑강아지 콩이와

그 콩이의 아들인 만두와

고양이 초롱이와

초롱이의 다섯마리 새끼들은

허술하기 그지없는 잠시 집에서 얽히고 설킨 어울림 잠을 자고

하루종일 뒤엉킨 장난질에 더러는 쌈박질로


공동체 쥐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