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번외 골병

햇꿈둥지 2010. 11. 15. 08:35

 

 

 

 

 

어즈버 태평년월은 꿈이었던가?

어험~ 헛기침 한방으로 권위와 위신의 존재감을 알리던 이 땅위 남정네들은 

이제 퇴색한 전설처럼 어두운 기억속에 버려진 걸까?

 

김장이 끝났다

우리네 정서상 배추 뽑아서 절여서 소와 버무려 지지고 볶고의 일단이 쫑 났으므로

가을을 정리하고 살겨울 앞 선 대단원의 막이 내려진 것인줄 알았더니만...

아니었다

아내는 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본채가 다 끝나고 등기가 완료 된 뒤에 창고를 짓는다 부엌을 늘인다 정자를 짓는다

상노가다 판을 벌인 뒤에 사람 꼴을 농사철 마당쇠 꼴로 만든 경력을 총동원 하여

무를 사 들이고

쪽파를 사 들이고

마늘과 생강을 사 들이고

떨어진 쐬주를 사야 하니 마트엘 들리겠다고 했을 때는 완강히 패쓰를 고집 하더니만

하필이면 비 퍼 붓는 퇴근 시간에 전화해서 설탕만 사 오라는 지엄한 분부를 내림으로써

알대가리를 산성비에 젖게 했었는데...

내가 미쳤지

이 나이에 무신 정신줄 꼬인 지랄로 설탕에 덤으로 빼빼로 한봉지를 얹어 줬더니만

맨발로 깨구리 밟은 마귀할멈 처럼 꺄르륵 좋아 넘어가는 모습이라니...

어쨌거나 그 밤,

뒷산 부엉이가 졸린 뉘깔딱지를 비벼대며 우는 시간까지

무를 다듬고

쪽파를 다듬고

마늘을 까고 그리고 주부습진이 재발 하도록 씻어서...동치미를 담궜다

 

아무리 간을 보고 맞추는 일이 모든 과정의 대미라 해도

도대체 진 빠지게 해 놓은 일, 대부분의 과정을

살아 있는 곰 웅담 빼어먹듯 홀라당 생략한 채 그니의 공적으로만 회자하는 건 불합리하다

 

이 후

깍두기 이거나

파김치 이거나

여타 김장과 관련한 음식을 먹으면 즉시 거품을 물고 까무러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생체적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일치감치 할배가 된 것 말고도

가발에 틀니까지로 무장과 위장을 마친 친구는 이렇게 위로했지

 

몸뚱이 움직일 수 있을 때 열심히 하게나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 투자라 생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