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밥 맛과 술 맛

햇꿈둥지 2009. 6. 10. 14:32

 

 

 

 

 

#.

밤 사이 초록비 오시고

온 몸 비에 적신 작물이며 풀이며 모두들 싱싱하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 하소서..."

 

악과 선

좌와 우

 

하늘은 관심 없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있겠어? 

 

#.

새벽 출근길 산모퉁이를 돌아 서는데

비상등을 켜고 서 있는 트럭 한대

트럭 앞에 담배를 물고 똥 싸는 폼으로 앉아 있는 사내 하나

그 앞에

멀뚱 초롱한 눈으로 역시 쭈그려 앉아 있는 고라니 한마리,

 

둘 다

조용한 새벽 길에

뒤지지 않을 만큼씩 놀랬나부다

 

아.름.다.워.라

 

#.

맘에 들지 않거나

식성을 거스르는 일이 생긴다든가

원치 않는 일들이 연방 줄줄이 생기는 경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 맛 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밥 맛이 떨어진 것 보다 훨씬 심한 경우가 "술 맛 떨어진다"인 것 같다

 

요즘

술 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