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발작 추위.
햇꿈둥지
2018. 11. 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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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심겨진 배추 100여 포기가
나날이 고갱이를 채워가고 있었으므로
아내와 나는 신새볔에 목욕재계 후
계명성을 우러러 길일의 김장 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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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D-1일,
해질녘 부터 티비마다 반짝 추위를 예고 했지만
그야말로 반짝 이겠지
아직 11월중순 아닌가
어쨌든 티비의 예보를 존중하여 배추를 덮어는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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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짝 추위는 발작 추위로 몰려와서
무려 영하 10도
그토록 정성껏 덮어 두었던 배추는 대부분 얼어 죽기 직전이었으므로
모두 집안으로 들여 이불을 덮어 주고 인공 호흡을 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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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배추를 다독거려 잠 재운 다음 날,
흐린 하늘은
다시 발짝쩍으로 눈을 퍼 붓기 시작해서
순식간에 15센티미터
마수거리로는 지나치다싶게 퍼 부어 주셨으므로
눈 치우는데 두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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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지원군을 자원한 아이들은
버스표를 기차표로 바꾸고
다시 기차표를 반환하여 자원의 의지를 되돌릴 수 밖에 없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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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나르고
다듬고
절이고
무 채 썰고
양념 보조에
이것과 저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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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익기 전에
온 몸이 익어 물러 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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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부자리를 정리하다 보니
동전파스 두개가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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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몸 곳곳에 뭉쳐 있던
통증 두 뭉치가
동그랗게 떨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