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반딪불이 소동
햇꿈둥지
2011. 9. 15. 07:54
글 올리고 하루낮이 지난 밤
한참을 어르고 달랜 끝에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랬다
"여보 이것 좀 해 주시겠어요?"
받아 들임이 흔쾌하든 아니든 아내는 그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고마워 했으며
이런 일이
한번 두번 횟수를 거듭해 갈 수록 온몸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그것 좀 했어요"
"그거 해 놨지?"
그러다가 결국은
고맙기는 개떡
이젠 부탁이고 뭐이고 당연한 내 일과가 되어 버렸다
세상살이 길들이기 나름이라더니...
어제 저녁엔 난데없이 술안주감으로 훌륭하기 그지없는 저녁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골살이 마당쇠 내공이 출중한 나는 이쯤에서 감읍하기 보다는 긴장하게 된다
또 무신 숙제를 내 줄 모양이다...
그렇게 독작의 술잔을 비워가는 중인데
갑자기 무르팍 위에 똥파리 같기도 하고 벌 같기도 한놈이 들러 붙었다
튀어 오르는 공처럼 순발력 있게 일어나 파리채를 찾았고
그리고 갑자기 출현한 그놈을 단방에 제압 하려는데
얼씨구
요즘 벌들은 불빛 구명 신호 장치가 되어 있는건가?
늦은 밤 뜨락을 서성이며 기다리던 반딪불이가 집안으로 왕림 하신거였다
각각의 구석에 틀어 박혀
갓 잡아 놓은 고등어 처럼 눈만 꿈벅 거리던 촌부부
이때부터 난리났다
집안의 불이란 불은 홀라당 끈 뒤 눈에다 불을 켠채
나는 코딱지 디카를 들고
아내는 자기 오지랖 만한 탭을 들고
"찍어 찍어"를 외치며
어두운 집구석을 맴돌기 시작 했는데
이 통속에 놀란건지
그야말로 지랄발광을 하며 집안을 맴돌던 반딪불이
홀연히 종적을 감추시더라
개떡 같은 달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