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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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친구들이
수학여행 온 여고생들 처럼 몰려 들었다
새?부터
장에 나가 과일을 준비하고 쌈채를 준비하고
불을 피우고 정자에 상을 펴서 닦고 음식 나르고...
그리고는 술상 한 귀퉁이에 붙어 앉아 감읍한 표정으로 몇잔쯤을 얻어 마시고...
아무래도
이노무 세상이 모계 중심 사회로 돌아 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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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호우를 더해
길고 지루한 빗속의 날들을 건넌 해바라기는 인색한 햇빛을 모으느라
껑충 키만 키우더니 기어이 몇일전 센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아래 부분을 막대 세워 버팀해 주었더니
자연은 참 신비롭기도 하지...
꽃대궁을 수도 없이 틔우길래 일일이 잘라 버렸다
생존의 조건이 나빠지면
즉시
량적인 종족 번식의 방법을 택해 버린다는 사실,
사람살이 또한 그러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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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처럼 숨어
찾아 든 곤충을 포획 하려는 음흉한 당랑을 만난다
초록 잎사귀 위에 또 다른 잎사귀 처럼 숨어 날개 달린 목숨 하나를 노리는 그 음모에도 불구하고
손 잡아 주고 싶을 만큼 따듯한 마음이 이는건
다만
먹이를 구 하고자 할 뿐
그 먹이의 영혼까지 먹어 치우는 사람의 잔인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 이겠지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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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던 시골 길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긴 비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뙤약볕을 건너 계곡물로 뛰어 들어서
물속 가득 사람의 더위들이 씻겨 내려 가고 있었다
그리고 떠난 자리
물속에 들었던 사람의 숫자보다 더 많은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었다
다시는 안 올 것 처럼...
그러나 다시 와야 한다
손 잡고 함께 왔던 내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터전 이기에
찾아 왔을 때 보다
더욱 정갈한 터전이 되도록 깊은 마음으로 어루만져 닦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