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명이나물 나오거든
햇꿈둥지
2011. 4. 11. 11:20

#.
겨우내 얼었던 물이 나오는 날 부터
쫄았던 마음조차 녹음으로써
소토골에 꽃 피거나 말거나 명실공히
봄이
되었다
#.
아랫집 향자 할머니가 씨근벌떡 뜨락에 오르셔서는
"이 집 차가 두대씩이나 오르내리는 통에 길에 묻혀 있는 수도빠이뿌가 터졌다"고 앙앙불락
살펴 보니
물이 새는 건 맞는데 오르내리는 차와는 관계 없는 부분,
농삿일 손 놓으신 뒤로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으시니
이 집 저 집
이 일 저 일에도
참견과 잔소리가 늘어 가시는 한솔 할아버지의
"그게 무슨 차 때문이냐?"는 간이 재판 결론에도 불구하고
한나절
삽질과 곡괭이질 끝에 터진 배관 손질 끝,
비로소
"미안해서 워쩐댜"는 말씀에
"할머이가 뭔 힘으로 이걸 파서 고치겠슈? 웃집에 물구 늘어질 봉 하나 있으니 그것도 방편..."이라고
흙투성이 꼬라지로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 한잔 마셨으니 됐고...
#.
아랫집 수도 손질 덕에
구렁이 알 같은 오전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허긴
바람 불고 오락가락 빗발 했으니 밭일이
딱히 마땅한 일도 아니었고
#.
감자를 심고 나면
다시
이런 저런 소채의 씨앗을 뿌려야 하고
그 겅중걸음 사이
뿌리고 가꾸지 않았음에도 울울창창 푸르른 새순들을 뜯어
산골 밥상은 초록으로 찰지다.
#.
작년 봄
제자리를 잡아 옮겨 심은 명이나물 고운 손들이 올라서고 있었다
정자는 산목련 아래로 옮겨졌고
목련나무가 통째로 꽃등처럼 밝아지는 날
마침
온갖 연한 나물들 조차 화수분으로 넘쳐 날 테니
이런저런 구실을 통째로 묶어
햇꿈둥지 신장개업식 이라도 해 볼까?
오실 분,
손들어 보시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