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먼지 속을 유영하다

햇꿈둥지 2017. 2. 2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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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급하고 섣부른 먼 이국의 여행자들은 짐 정리를 대충 끝낸 오후의 끝시간 조차 아깝다고

기어이 타멜시장 거리 속에 뛰어들었는데

저 사진속 풍광처럼 공중의 어지러운 전선

좁은 길에 뒤엉키기 일쑤인 사람과 오토바이와 릭샤와 딱정벌레 같은 택시와,


갈색의 좁은 길에 먼지가 일고

갈색의 사람들이 물결처럼 오가는 길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으므로

낯선 나라 낯선 거리를 떠도는 이방인은 또 엄마 잃은 아이처럼 마음 부쩌지를 못한다. 



#.

체뜨라바티 촉,

적층의 루로 이루어진 사원 아래 층엔 상점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 바쁜 사거리 한복판을 헤집어 기어이 기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철없는 이방인,

저 사진 뒤쪽으로 어린 나이에 신이 되어 한 생을 살아야 하는 쿠마리 사원이 있다.







#.

가끔의 풍경이긴 하지만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들 중에

"부처는 네팔에서 태어났다"라고 씌인 글귀를 붙이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생물학적 부조리다

우리 모두는 태생(胎生)인데 부처께서는 네개의 팔에서 태어나셨다는 말씀?


속사정이 있었다

이 나라와 인도의 국경에 접한 룸비니를 놓고 덩치 크고 힘 좋은 인도라는 나라가

슬금슬금 시비를 걸어오기 때문 이란다.


속진의 세상이여~


부처께서는 저 사진속 고행상 처럼

오늘도 여전히 고행 중 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