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매듭
햇꿈둥지
2009. 4. 1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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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심었다
작년 보다는 열흘 가량 이른 행보
아직 풀이 성하지 않은 이때쯤엔 우리의 왕성한 의욕들이 유린 당하지 않음에
의기양양 하다
작년의 경험으로 밭고랑 풀 마져 적절히 견뎌 냈으니 장마철 까지를 지레 걱정 할 일은 아니겠으나
문제는 마늘밭,
고랑마다 사이마다 솟구칠 풀들을 어이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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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 손 닿는 곳"을 염두에 둔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마당가 꼬맹이 밭을 만들어서 이런저런 소채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지난해에 씨 뿌리기 바쁘게 일용 할 양식으로 삼았던 새들을 피하기 위해
비닐 씌운 묘포를 만들어 싹을 틔우면 산새들과의 싸움도 피하고 싹 틔움의 시간도 앞당길 수 있겠다는 시골살이 열네해째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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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다리 군발이가 예비군이 되어 반납 되었다
집에 오자마자
노트북 하나를 옆구리에 장착한 상태로
서울이라는 도시가 빨아 당기듯 데려가 버렸다
Nomad...
옷을 새로 사 입히고
컴퓨터를 새로 사 주고
이리 깨지고
저리 터지고...
어찌하여 사회복귀비용은 몽땅 내 몫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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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너른 땅에서 허랑방탕 하던 봄이
늙어 빠진 몸뚱이를 끌고 치악 자락에 당도했다
바람 난 서방
다 늙어빠진 채 집안으로 기어들듯이...
그렇거니
꽃 피고
새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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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반가워서
새들이 반가워서
늙어 빠진 봄 이거니 이 또한
그지없이 반가워서
일 보다는 꽃 사이를 어지렁 거리며
자주 취해 흔들리는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