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맑은 달이 되시길...

햇꿈둥지 2010. 9. 20. 09:41

 

 

 

 

 

 

명절 장보기를 위해 나선 새벽장은 물건을 사야 하는 사람이나 팔아야 할 사람이나 예보에 없던 이른 비로 파장이 되어 버렸다.

비를 피하기 위한 바쁜 걸음이 어깨를 건드리거나 말거나 느릿느릿 천변을 걸어 되돌아 나오는 길

이렇게 저렇게 궁리했던 주말의 계획들은 속절없이 빗속에 갇혀 버려서

비몽사몽 낙숫물을 바라보다가 잠 들다가를 반복했던 하루...

늘 비어 있던 마을이 도회의 아이들과 윤기나는 차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그렇게 잠시 늙어빠진 마을과 비어 있던 마음들이 짧고 어수선하게 채워지는 명절,

 

고향을 잃어버린 날 부터 아무 의미없는 소요의 번잡함,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아래를 지나다가

문득 

아내와 함께 내 집을 두고 살아 온 이곳이 타향 이라는 사실을 깨우친다  

 

 

 달 없어도

그대 고향에 이르르면

가난한 마을 심지처럼 박혀있던 느티나무며

 여름 떠난 뒤 푸석해진 뒷산 능선도

 

늙어 기진한 마을에

잠시 영근 바람이 일고

당도한 누구든 달이 될 터이니

그 때

얼싸안고 뺨 부비며

모두들 명랑 하시길

모두들 휘영청 맑은 달이 되시길

그리하여

흐린 세상 이거니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

잠시라도 불끈 행복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