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마당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
성남리에서 산골 음악회가 열린다 하더라
옛날 어릴쩍 기억으로는 전기도 안 들어 오는 촌동네에 가설 극장이 들어 선 날이면 괜시리 마을 전체에 헛바람이 불고
저녘 해넘이 무렵부터 어김없이 시작되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 하시는 마을 주민 여러분..."
뭐 요로케 신파조로 시작해서는 "총 천연색 씨네마쓰꼬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뉘기뉘기 주연의 명화..."라고 한바탕 너스레가 뿌려지고 난 뒤면
신발 있는 마을 사람들 모두 가슴 속에 한옹큼씩의 눈물을 준비 해서는 극장 바닥에 깔린 멍석이나 가마니 관람석을 채곡 채곡 채웠었지...
#.
왜?
시정에 바쁘다는 시장은 이 오밤중에 이 산꼴짜기 까지 들어 와서
"내년 부터는 적정한 행사 예산을 지원..."하겠노라는 부분에 힘 주어 가며
인사 말씀을 늘어 놓아야 할까?
#.
지역 대학 총장은 무엇 때문에
건조하게 말라 비틀어진 단어들이 나열된 자작시를 낭송하고
시장을 부추겨 예산 지원...이라는 관공서 겨드랑이 긁기를 할까?
진정한 마을 축제는
오로지 마을 사람들 만으로
시장의 지원 없이
무대와 관객석의 구분을 없앤 채 한 덩어리로 흥겨워야 하는거 아닐까?
지원은
결국 간섭이 될 일 이니까...
#.
사물놀이 아이들은 정말 신 들린 것처럼
휘모리 자진모리에 흥겨운 굿거리 장단까지...
땀을 뻘 뻘 흘려 가며 빠져 드는 그아이들을 보며 생각 했어
저런 교육 이어야 겠구나
좋아서
너무 너무 하고 싶은 일...
절대로
억지로 등 떠밀려 갇혀서 하는 일이 아닌...
#.
a cappella의 고운 화음이
풀무치 소리 처럼,
뜰 밑 귀뚜라미 소리 처럼 감미롭다
그래
반주없는 그 노래 처럼
지원 없이
우리의 힘과 목소리 만으로
그저
흥겨우면 되는 거겠지...
가을이
서툰 바람결로 기웃 거리는 폐교의 마당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