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마을 풍경
햇꿈둥지
2011. 3. 7. 14:48
경칩 지나
겨울도 봄도 아닌 수상한 계절
대빵 쎈 노인회 분들이 결의 하기를
늙어 꼬부라진 몸으로 늦은 밤길
넘어져 어디 다치기라도 한다면
한나라당 보다도
민주당 보다도
자유선진당 보다도
년조 있는 경로당의 전국민적 쪽팔림이 될 것 이므로
해 떨어지기 전에 노인정을 때려 걸은 뒤 일찌감치 들어 가시라는 알림장을 띄웠다나?
내 귀에는 어쩐지 다른 계산이 깔려 있는 고양이 쥐 생각 쯤의 꼼수로 짚어지는데
초등학교 1학년 처럼 말 잘 듣는 할아버이 할마이들은
산그림자를 징검징검 건너 집으로들 향하고 계셨다
동그란 공에 빨간스웨터를 씌워 놓은 것 처럼 허리 굽으신 요안나 할머이가 앞장 서시고
유모차 앞 세워 네발 걸음을 해야 하는 전씨영감님 마나님은 빤짝이 머플러를 둘르셨고
한 오년 전쯤 원주장날 사셨다는 지팡이를 짚으신 미숙 엄니가 펭귄걸음을 걸으시는
해거름의 마을 길
굽은 허리조차 다시 굽혀야 들어 설 수 있는 지붕 낮은 집에 들어
오그라든 등때기 만큼만 따듯한 바닥에 누우면 그만인 하루
평생을 눕지 않는 새들이
추운 겨울의 묵언 수행을 마친 뒤 끼룩 끼룩 노을 깔린 서산을 넘는데
경칩 지나
겨울도 봄도 아닌
맛도 멋도 없는 계절
갈기 떨어진 등 굽은 바람만 뒷짐 지어 어슬렁 굴러다니는
산골
마을
저승 같은 어둠이 빗장을 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