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놓다(800 넋두리)
놓다
이 보다 더 적절하고 멋진 표현이 있을까?
사람의 맛대가리 없는 사전적 의미에 다소 외면을 하고라도
나는 이 표현을 포함한 몇몇 시골스럽거나 마을 어르신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들에 감탄하곤 합니다
"놓다"라는 표현 속에는 순환의 의미외에 본질 회복의 본래적 되돌이와 함께
자궁 같은 대지와의 교합, 또는 일치와 화합의 큰 뜻이 담겨 있음이니
이론적이기 보다는 이치의 표현으로 느껴집니다
이 마을살이 처음으로 아내는 획기적 시도를 합니다
마을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 이므로 최소한 이 산꼬댕이 마늘 농사로는 프론티어적 시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몇번의 경험이 늘 그랬듯이
늦가을 마늘을 놓은 뒤로 겨울 지나 봄빛 온순해 질 때 부터 앙증맞은 마늘 싹을 능가 할 정도로
밭고랑이며 마늘 사이 사이 솟구치는 풀 때문에 마늘 거두기 전 김매기에 진이 빠지곤 했었는데
유레카~
밭 너른 고장을 지나던 아내의 눈에 마늘 전용 멀칭 비닐이 눈에 띄었던 겁니다
옛날 건축 현장에서 안전 발판으로 사용하던 아나방(천공 철판-matting)처럼 구멍이 일정한 간격으로 뚫린
비닐 입니다
문제는
배추 심겼던 자리 비닐을 걷어내는 일,
맨 윗밭 가장자리에 쌓아 두었던 거름을 져 내리기 위해
지게 지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왕복 오르내리기
관리기로 밭갈기와 비닐 씌우기 까지의 중노동은 대부분 마당쇠 몫 이었다는 것,
감자를 심었던 그 밭에선 관리기 지난 자리 듬성하게 실한 감자들이 튀어 나와서
관리기 날에 상처 입은 자리를 베어낸 후 끓인 감자국은
사각이는 식감이며 국물의 시원함이 환상적 이었다는 것,
역쉬~
감자국의 시원함은 추운 계절에 거두어야 가능하다는 획기적 결론,
내년 감자는 크리스마스에 거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 숲 이며
마당가 나무들 속절없이 잎을 떨구고
나목의 틈새 서릿바람이 드나들던 산 속
반쪽 달님 일치감치 길을 나설 때 까지
가을 가득 했던 자리
마늘쪽 마다 겨울 건너로
봄을 놓는 산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