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더위 난민
햇꿈둥지
2011. 8. 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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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났나 보다
눅눅하고 질척이던 날들은 꼭 물길을 건너는 것 처럼 축축 했었는데
쓰레기 차 피한 뒤에 똥 차에 치인 상황,
쏟아지는 뙤약볕과
그 볕을 피해 몰려 든 도시의 손님들
#.
어쩌다 도시 볼 일이 있어
아파트라는 곳에 몸을 뉘인 후
온 몸에 감겨드는 찐득한 더위 탓에 잠 못 이루며 뒤척이던 기억
그들이 이 곳 산 중에 손님 되어 누운 뒤
-정말 좋다
-너무 시원하다
-살 것 같다 라는 표현들을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다
더위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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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손님 수는 무려 열명,
아이들과
아이들의 친구들이 이미 점령해 버린 산 속에 큰집 가족들의 전화가 왔었다
손님이 되기 위한 당위와 필요 충분 조건이 갖추어진 뒤의
-그러므로 간다...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다...
어쨌거나 무더기 하이브리드 손님군(群)이 점령해 버린 산골,
내 신발 찾는데 곱절의 시간이 필요해진 날들
#.
산 중 살이 이게 무슨 호사인지
용평 알펜시아 콘서트 홀에서 한다는 정통 클래식 연주회가 있었다
클래식 이라면 정통은 고사하고 세미에도 문외한이 어정쩡 끼어 앉아
휴지기를 쫑으로 알고 홀로 박수 날릴 뻔 했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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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아래 이장네 옥수수 밭은 고라니와 멧돼지의 난장으로 쑥대밭이 되어 버렸는데
그 중 남은 것 이라도 지켜 보겠노라고
늦게나마 전기 휀스를 두르던 그가 묻기를
-그 집은 괜찮대?
-쪼금 심었더니 적어서 안 오는 모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