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다시 노자,
햇꿈둥지
2019. 3. 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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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눕지 못 하는 가로등 때문에
도시의 한 밤은
까맣고 깊은 어둠의 순수를 지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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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고도
근원을 알 수 없는 온갖 소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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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에 뛰어드는 온갖 것 들이
산골짜기 고요에 길든 몸의 기능을 뒤 흔들었으므로
종일토록 하고도 밤 깊도록
어지렁울렁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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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임에도 불빛 휘황한 시장을 둘러
책 하나 사고
떡 하나 사는
조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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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실에서 브라이언 워커의 화호경(化胡經) 한 권을 얻었다
구전된 노자가 책으로 엮어지면서 붙여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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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 깨어
각장의 여백에 원문의 한자를 적어가며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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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 조차 부드러워진 바람결로
조심 조심 움 트는 들판 초록들
겨울은 이제 전설이 되어야 하는거라고
찰진 새소리들 왈가왈부가 무성한 새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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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 높이 거름 포대가 쌓여 있으니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기계마다 등 두드려 깨워야 할 때,
잠시 노자를 덮어둔 채
재 넘어 동무는 별 일 없으신가
전화 한통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