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늙음과 낡음

햇꿈둥지 2017. 1. 3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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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짚이는 곳 없이

이곳저곳이 불편하다는 아내를 위해

먼 도시의 병원을 들락이며 마음 졸이는 동안

근 세달 가량의 날들이 비워지고 말았다

 

#.

몸 아픈 것 보다

마음 아픈것이 정작으로 아픈 것,

 

맞다

 

#.

마음의 짐을 덜어 제법 홀가분하다고

아내 홀로 여행을 떠난 해질녘

마당까지 내려 온 멧돼지 다섯마리와 조우,

 

뒷산 신령님의

명절 선물인 줄 알았다

 

#.

늘어진 겨울을 걱정 했더니만

입춘이 몇일 남지 않은 1월의 끝날

하루에 두번을 밀고 쓸어야 할 만큼

털썩 눈이 오시고도

날씨조차 제법 칼칼하니

역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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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오르다가

사다리를 끌어안고 넘어진 후유증으로

꽤 여러날 고생 중

 

시골살이

도대체 만만한게 하나도 없다

 

#.

정형외과

비뇨기과

안과

치과에

간간히 한의원

 

늙어가는게 아니라

낡아가고 있는거다

 

#.

벌써 서른일곱번째

 

아내는 결혼당한 날을 기념하고

나는

결혼해서 살아 온 모든날을 기념하고

 

#.

헝클어진 바람들

정갈하게 빗질이라도 해 보라고

추녀끝 고드름 저토록 정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