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농사 음모

햇꿈둥지 2007. 1. 3. 09:23

 

동쪽으로 동쪽으로 몰린 모든 사람들의 열화와 같은 바람으로

새날의 해가 떴고

그리하여

2007년 새해가 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이 몸의 년식도 중고 단계를 넘어 한결 더 폐품의 부류에 속하게 되었다

 

인쇄 잉크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달력을 뒤적 뒤적 넘겨 보니 

2월 4일의 절기가 입춘으로 되어 있다

즤까짓게

아무리 춥거나 말거나

앙칼진 바람이 옷 솔기를 비집고 들어오거나 말거나

얼음이 얼거나 말거나

어쨌든 한달 뒤면 법적으로는 봄이 온다는 거였다

 

이쯤이면 겨울 게으름을 털고

지난해 갈무리 해 놓은 씨앗들을 챙겨 보거나

갈색으로 팅팅 얼어 터진 윗밭을 둘러 보며

여긴 뭘 심고

저긴 뭘 심고...

영농 궁리가 지대해야 할 때 이지만

올해는 씨앗 보따리 대신 "산야초 백과사전"을 펼쳐 들고 탐독에 들어 갔다

 

봄나물의 첨병이며 대명사인 냉이를 시작으로

조뱅이

민들레

망초대 등 등 등 제멋대로 지천일 요놈들을 사정 없이

뜯고

뽑고

베어서 먹어 치울 계획이다

 

씨 뿌릴 것 없이

밭 갈을 것 없이

풀 뽑을 것 없이

비료, 농약 뿌릴 것 없이

오로지 꽁짜로 주어지는 요놈들을 남김없이 먹어 치우므로써

유기(遺棄)에 의한 자연산 먹을 거리를 아낌없이 먹고

그늘 넉넉해지거든

꽃그늘에 누워 막걸리나 마셔가며 늴늬리 맘보로 살기로 했다

 

진정으로 멋진 시골살이가 될 것 같다

 

산골살이 12년,

골병살이 12년,

 

그 숱한 시간의 투자와 시행착오 끝에 얻은 현명한 결론

 

완벽한 농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뒷 밭의 감자며 고구마를 아작내는 일이 주 일과이던 뒷산 멧돼지들이 많이 서운 할텐데

요놈덜 잘 불러서

같이

산나물 안주에 막걸리 먹고도 살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