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농사 본능
햇꿈둥지
2009. 3. 23. 08:26
이쯤이면
봄맞이 정도가 아니라 환장 하도록 늘어졌던 몇일의 봄날씨에 홀린거다
일을 벌이는 정도에서 벗어나
아예
농삿일의 뒷꼭지를 감아 쥐겠다는 의도인지
아직
지난해 푸새 엉킨 밭을 갈기도 전 이건만 마당에 임시로 어려 두었던 비닐하우스를
집 뒤의 양지바른 자투리 땅으로 옮겨 놓았다
상설 고추 건조장이 마련된 셈,
볕바른 자리의 햇살을 모아
꽃잔디 하나
바위손 꽃도 피우고 꽃 주변의 햇살은 참 넉넉 포근했다
마을 안길을 새로 포장 한다고 오전내 차량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고
그 틈새에서 내 집 들자리를 조금 더 씌워 보겠다고 집집마다 시비가 있었노라는 종구씨 전해 주는 얘기를 어깨 넘어로 흘리며 새순 함부로 돋는 밭가에서 봄볕에 달구어진 막걸리 잔을 나누었다
조금만 더 넉넉 했으면 좋겠다
별것 아닌 욕심으로 늘 팽팽한 신경줄이 아닌
할아버지 속곳의 늘어진 고무줄 처럼
이마에 땀 솟게 하는 이 봄의 햇살처럼
조금은 여유있게 늘어져서 흐느적이고 출렁 일 수 있는 사람살이 였으면 좋겠다
온통
여린 초록손이들 허공으로 뻗어
그 지독했던 겨울과도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계절
그 이해와 사랑이 결국
향기나는 꽃을 피우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