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과 치악산
치악산(雉岳山)은 본래 가을 단풍이 하두 아름다워 적악산(赤岳山) 이었다 합니다.
그러다가 뱀에게 잡힌 꿩을 구해준 나그네가 그 꿩의 보은으로 위기에서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에서 치악산의 이름이 유래한다 하니 상원사 범종을 헤딩으로 울린 꿩의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이 아닌 것 같기두...하지요?
어쨌거나 치악산에는 참 꿩이 많습니다
치악산과 연접해 있는 밭뙈기에 콩을 심었다가 아예 꿩들 식당으로 내어줘 버린 일도 있었으니까...
이상의 썰은 진짜 꿩 얘기를 풀어 내기 위한 서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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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이 펑 펑 내리고 추녀에는 고드름이 달리는 시절,
마을의 건달 하나 일 없이 뜨락을 거닐다가 눈 밭에 엉거주춤 정신 나간 꿩 한마리를 생으로 잡은지라
그렇쟎아도 마땅한 소일거리 없던 차에 조금 더 획기적인 방법으로 이놈을 요리 하겠노라 산채로 털을 뽑다가 어찌 손아귀 힘을 느슨히 했더니만 듬성 듬성 털 빠진 몰골 이거니 포로롱~ 날아가 버렸다더라
입맛만 다시며 망연히 꿩 날아 간 하늘을 바라보던 이 건달
혼잣말로 그랬다지
"꿩 저만 춥지..."
옛날 옛날 �국 땅에 무제 사마염 이란 대빵이 있었다더라
처음 왕 잡았을 때는 짐짓 내숭을 떠느라 근검 내핍 생활을 실천 한다 하여
눈치 빠른 똘마니 하나가 왼갖 정성을 다하여 바친 치두구를 불에 태워 버리는 쑈를 했다더라
이노무 치두구 라는 것은
꿩들의 대갈빡 연한 털만을 뽑아 만든 모자라 하니
그 시덜 �국 땅에 살던 꿩들은 모두 대머리가 되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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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소토골에도 이와 비슷한 건달 하나가 있었다 하고...
하루는 밭고랑을 기다가 매다가 저만치 밭고랑에 엎드려 있는 꿩 한마리를 발견 하고는 맞거나 말거나...돌 하나를 던졌더니
기똥 차게도 한방에 뻗어 버려서
그 날 저녘 기름진 꿩탕 한그릇을 안주로 주흥이 도도 하였는데...
그 날 이 후로 어찌된 노릇인지 그 건달의 사래 긴 밭은 어욱새 더욱새 잡초만 우거진 채 돌보는 이가 없는지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기히 여겨 이 건달을 찾아보니
주머니 마다 쨩돌 가득 담고 눈 에는 불을 켠채
이 들판 저 산골 네 밭고랑 내 밭둑 가릴 것 없이 꿩들 뒷꽁무니를 쫓아 다니며 팔 빠지게 돌멩이만 던지고 있더라
전해 듣기로는
저 아래 너르고 밝은 대처에도 이런류의 건달들이 부지기수라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