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꽃과 나비
햇꿈둥지
2021. 5. 7. 12:01
#.
올봄엔
천심이 넉넉도 하셔서
#.
또
비 오시고
#.
나는
조금 춥고
#.
막
써레질을 마친 아랫집 다랑 논은
개굴 개굴 수다스럽고
#.
우여와 곡절 끝에
이제 길 포장도 끝났으니
꼬물딱지 도라꾸도 의기양양하게 비탈길을 오르겠다.
#.
삼월이가 낳은 여섯 마리 강아지는
세 마리는 엄마 닮아 희고
세 마리는 아빠 닮아 누렁이인데
누렁이 백두는 시치미 똑 뗀 체 낮잠만,
#.
아이들 체험 농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엄하신 마누라의 지령대로
코딱지 텃밭을 만들어 퇴비 듬뿍 넣었더니
#.
할아버지에게서 똥냄새난다고
아이들은 저만큼,
#.
-손을 보니까 농사꾼은 절대 아닌 것 같아요
-손톱 밑에 흙물은 보이지 않고?
#.
오이
호박
토마토
가지도 몇 개,
#.
서툴게 더운
유월의 날들이
푸르고 치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