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껍데기 안주

햇꿈둥지 2010. 11. 3. 08:16

 

 

 

 

 

 

 

살아 있는 모두들

껍데기는 필요 없다고

배추를 흥정하던 아낙은

노란 속고갱이만을 바구니에 담았고

알맹이

살코기에만 매달려 사는

우리 평생인데

산 속 저녘 술상엔 돼지껍데기가 놓여 있었다

발 부르트게 건너야 했던 오늘처럼

쫀쫀하게 질긴 그 놈을 씹어

하늘빛 술잔을 넘기다가

 

딸꾹

해 넘어 가네

 

대작 할 이 없는 독작의 술잔에

홀로의 넋두리로도 제법 흥이 오르는 산 중 

가난한 술상에

껍데기 없는

어두움 속살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