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그 날 주변
햇꿈둥지
2009. 2. 2. 10:09
시집 와서 28년
물집만 남고
장가 가서 28년
다 망가지고
그래도 어쨌든 스스로 살아 온 날들을 기념 하기 위해
신새볔 허위허위 동해에 당도해 보니
먼 바다에서 바람의 힘을 얻은 푸른 파도들
등지느러미 곧추 세우고 덤벼 드는데
질긴 날을 살아 내고도
기어이
살점 쫀득한 복어가 좋더라
나무가 바위를 끌어 안고
다시 바위 틈새의 품을 빌어 하늘 깊이로 나무들 의젓한 구룡산
계획에 없던 일로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각각이 되었다
기꺼운 이산
이제는 비워지고 무너진 화전민의 터전
산중 거친 음식들이거니 때마다 정중히 받쳐 들었을
예의 바랐던 밥상마져 버려져 있으니
치장도 쌓음도 아닌
오로지 생존을 도모 했을 뿐인 둥지 하나
쓸쓸 하기가 겨울 바람 못지 않은 풍경
살아 내던 날들만큼
버려진 풍경 또한 가슴 아린 살이들
양지 바른 터전 한 귀퉁이를 빌어
막걸리 한잔 거나하게
산을 내려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