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그리운 겨울

햇꿈둥지 2012. 8. 1. 10:26

 

 

 

 

 

 

#.

-즘심으루 칼국시나 같이 허실래유?

후배의 전화였고

-우쩌면 눈치가 이리도 쪽집게냐...는 극찬 뒤에 함께 찾아 간 첫번째 집,

문 닫았고

두번째 집,

상호가 "무진장 칼국수"였기 때문에 무진장 맛 있을 것 이라는 기대로 자리를 잡았는데

어쩐지 무진장 서툴어 보이고 허둥대는 쥔 아지매, 가게 새로 맡은지 일주일 됐다는 땀 배인 푸념 끝에

사십여분의 기다림으로 칼국시 한그릇 받아들었으나

무진장 땀,

이날 기온이 폭염주의보 속에 36도 였다는데 밖에 나오니 시원하더라

 

 

이렇게는 몬산다

칼국시를 끊든지...내를 여까정 끌고 온 후배넘을 뒤지게 패 주든지... 

 

#.

밤송이가 제법 모양새를 잡아가거나

7월을 푸르게 건넌 은행알이 튼실하게 익어가는 길,

 

새벽을 걷는다

 

어느 곳에 당도 하고자 함이 아니라

내 안의 미로를 빠져 나와 그저 허위허위 걷는 길, 

 

#.

30도쯤은 웃읍게 알아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와

해 진 뒤에도 이글거리는 열대야가 계속 되고 있어서 

멍석 깔고 누워 별을 세거나

모깃불 피워 놓고 할머니 무릎을 벤채 잠이 들거나...따위의 복고적 낭만은 때려 치운 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계절

 

이 여름

모두들 무사 하시길...

 

#.

고추가 익어가고 있다

 

연일 독오른 햇살 그득하니

도시 형제들이여

올해 태양초는 그야말로 기약 있도다

다만,

고추가 태양초 되는 그날까지 내 스스로 견뎌 낼 수 있다면 말이다~

 

#.

칠월의 서른하루가 비워졌다

그리하여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풀벌레들도 울 것이다

 

팔월 서른 하루의 첫날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땀이 아닌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운 겨울

그까짓 눈쓸기 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