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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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심으루 칼국시나 같이 허실래유?
후배의 전화였고
-우쩌면 눈치가 이리도 쪽집게냐...는 극찬 뒤에 함께 찾아 간 첫번째 집,
문 닫았고
두번째 집,
상호가 "무진장 칼국수"였기 때문에 무진장 맛 있을 것 이라는 기대로 자리를 잡았는데
어쩐지 무진장 서툴어 보이고 허둥대는 쥔 아지매, 가게 새로 맡은지 일주일 됐다는 땀 배인 푸념 끝에
사십여분의 기다림으로 칼국시 한그릇 받아들었으나
땀
땀
무진장 땀,
이날 기온이 폭염주의보 속에 36도 였다는데 밖에 나오니 시원하더라
이렇게는 몬산다
칼국시를 끊든지...내를 여까정 끌고 온 후배넘을 뒤지게 패 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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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송이가 제법 모양새를 잡아가거나
7월을 푸르게 건넌 은행알이 튼실하게 익어가는 길,
새벽을 걷는다
어느 곳에 당도 하고자 함이 아니라
내 안의 미로를 빠져 나와 그저 허위허위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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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쯤은 웃읍게 알아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와
해 진 뒤에도 이글거리는 열대야가 계속 되고 있어서
멍석 깔고 누워 별을 세거나
모깃불 피워 놓고 할머니 무릎을 벤채 잠이 들거나...따위의 복고적 낭만은 때려 치운 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계절
이 여름
모두들 무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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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 익어가고 있다
연일 독오른 햇살 그득하니
도시 형제들이여
올해 태양초는 그야말로 기약 있도다
다만,
고추가 태양초 되는 그날까지 내 스스로 견뎌 낼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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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서른하루가 비워졌다
그리하여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곧
풀벌레들도 울 것이다
팔월 서른 하루의 첫날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땀이 아닌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운 겨울
그까짓 눈쓸기 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