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그리고 산행
햇꿈둥지
2008. 2. 11. 09:04
#.
집 주변 무연고 묘에 잔 올리고 세배 했다
동성동본 혼인 금지의 이 나라 전통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으니
네 조상 내 조상
그 의미 없는 구분...
#.
숨이 턱에 차도록 눈 쌓인 산길을 오르는 만큼
시야가 맑아지고 풍광이 넓어지고...
저 아득한 산 넘어 제천이 담겨있다
#.
宇宙與我萬有一根
물고기의 눈 처럼 늘 열려 있는 산문을 지나 법당에 들다
#.
너른 산 속 나무들...
삶과 죽음은
縱과 橫으로 구분 되어 있었다
서 있음과 누워 있음에 대한 아편 같은 관념들
#.
속속들이의 작은 것에서 미움이 일고
크고 너른 것 속에서 아지랑이 처럼 일어서는 아름다움에의 감화,
큰 눈으로 보고
큰 품으로 끌어 안을진저...
#.
죽은 것과 산 것의 구분 없이 의연하고 넉넉한 정상
모든 것이 부질 없는 것 이라는 법어 같은 말씀,
바위 모서리를 쓰다듬어 넘는 바람결에 듣는다
#.
대들보 없는 無梁堂에 들어 주지스님과 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
바람소리 새소리
모두 부처님 말씀이 되어 기둥이 되고 대들보가 되어 있음을 깨우치다
숱한 세월 사람의 일로 서리 서리 감겨 있던 왼갖 인연의 끈을 끊어 버리고
속리를 했노라는 공양주 보살님의 한탄을 듣는 사이
추녀 끝에서 동그랗게 쏟아지던 풍경 소리 조차
업보의 끈이 되어 치렁 치렁 감겨 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