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그러므로 오월이다.

햇꿈둥지 2019. 5. 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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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첫날

초록 바람 속에 꽃잎의 군무가 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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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놓은 밭 이랑 가득 떨어져 누운 꽃잎들,

무얼 심든지

향기부터 싹 틀 것이다.


#.

시장 난전에는

굴비처럼 엮인 두릅순과

엄나무순과

거기에 더한

원추리와

달래와

곰취와...


#.

반쯤은 겨울 같고

반쯤은 봄 같기도 했던 어수선한 사월의 날들이거니

성실하게 싹 틔운 죄 없는 초록 순들이

머리채를 쥐어 뜯긴채

좌판 위에 정연하다.


#.

덤 이라고

한옹큼 쥐어 드는 손아귀 힘이 자꾸 느슨해 보이는

할머니 잔주름이 봄햇살로 화사하다.


#.

올 제사에는 쓰고도 남겠다고

오동통 살찐 고사리를 한아름 안고 내려오는 아내의 발걸음이

조상님 영전에 의기양양 했다.


#.

낮 동안

햇볕에 널었던 이부자리에서

휘황한 햇볕 냄새가 하도 황홀해서

늦도록 잠 못 들고 뒤척이기만 하겠다.


#.

늙거나 낡은 사람들이 신새벽에 모여

마을 입구에 꽃밭을 만들겠다고

본디의 자리에서 작고 곱게 꽃 피운

냉이와

꽃다지와

민들레를 사정없이 뽑아 버린 뒤에

이국의 생소한 꽃들을 옮겨 심는 마을적 만행으로

봄맞이 마을 정비를 마쳤다...고


#.

늙은 산비둘기

쉰 목소리로 고자질에 바쁜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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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농사일로 동동걸음 중에도

자꾸 자꾸 허공에 눈길을 걸어 둔 채

시름도 없고

하염도 없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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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오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