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고뿔 먼저,

햇꿈둥지 2012. 4. 9. 10:04

 

 

 

 

 

 

 

 

 

 

#.

비와

바람과

때론 눈보라를 동원하여 변화무쌍하게 다가오던 봄을 목 빼어 기다린 결과

봄 보다 먼저 고뿔을 만났다

 

한 이틀 죽을만큼 앓았음에도

온 몸은 여전히 묵지근...

 

#.

산 중 이거니

햇빛 따순 자리마다

노랑 햇살 범벅으로 민들레 한송이

보랏빛 햇살 무더기로 제비꽃 몇송이

이미 봄이건만

 

나 홀로 춥다

 

#.

이불보 만한 햇볕 아래 누워 신열 더불어 끙 끙 앓고 있는 중에

열번 전화하면 열한번 받지 않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뭔 변고인고 싶어 냉큼 받았더니

고개 넘어 황둔에 송어회를 드시러 오셨으니 넘어 오시라더라,

 

우정도 병인양 하여...

 

#.

"의사 샘께서 찬바람 쐬지 말라는데 뭔 바깥 일이냐?"...고 만걱정을 하던 아내

급히 부르기에 내다 봤더니

 

강아지 밥 주라는 말씀에

장독대 돌 치우라는 말씀에

햇볕 아래 이불 내 널으라는 말씀에

 

찬바람 쐬지 말라는 걱정,

진정 이시옵니까???

 

#.

이런게 있다더라...

 

나, 거북이, 열쇠, 다리...라는 네개의 단어를 조합하여 짧은 글을 지음으로써

그 사람 평생의 팔자를 진단하는 방법이 있다지... 

 

거북이는 배우자,

열쇠는 재물,

다리는 자기 평생...이라더라

 

질문을 받은 아내는

"나는 열쇠를 목에 걸고 거북이 등에 올라탄 채 다리를 건넌다"라고

망설임 없이 마무리 졌었다

 

에고

내 등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