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격세 동요

햇꿈둥지 2017. 4. 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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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렁그렁

동맥경화 증상을 보이는 꼬물딱지 버스가

첩첩 산골에서 시발하여

시골과 시골 마을을 지나 시내로 오는 길에는

삐그덕 관절이 시원찮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가득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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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과다 사용으로 마모된 관절을 위해

병원을 가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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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의 나무들

꼿꼿도 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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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이십일,

죽을만큼 앓고 났는데도 뒤끝이 여전히 무겁다.

덕분에

씨감자 놓는 일이 한 열흘 늦어서 동동걸음인데

 

마당가 토종 목련은

팝콘처럼 꽃봉우리를 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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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아내와 화음 넣어 부르는

어릴적 동요 몇개

아내 회갑 자리에서 아이들 성화에 등 떠밀려 불렀던

술래란 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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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뵐라 꼼짝 말고 있거라... ♬                      .                  .

...술래가 찾아 다닌다 점잖게 뒷짐을 지고 간다 간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찾아 다닌다~♪"

 

어느 날

정우와의 통화 중에 아이가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게 워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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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 엄마 손전화에 동영상으로 담긴 것을

몇차례 들여다 보던 아이가

몇일 뒤엔 홀로 노래 하더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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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만나면

조손이 함께 앉아 기타 쳐가며

격세 동요로 불러 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