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겨울 입구

햇꿈둥지 2014. 11.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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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 시작한 비는

밤을 새워 오신 뒤에

젖은 낙엽이 수북한 산골 마당에 11월을 펼쳐 놓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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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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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빛 낙엽송이 등불처럼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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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가

갖은 음식재료와 함께 달궈지는 그릇 위에서 온몸을 뒤트는데

엄지를 치켜 세우며 환호하는 일군의 사람들

이제 사람의 먹는 일은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를 버린 채

많이와 함부로의 유희가 되어버린걸까?

비록 사람의 먹이가 되어주는 뭇생명일 망정

죽임과 죽음에 대해 무례하기 까지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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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분과 새로운 인연이 있었음으로

몇날의 인터넽 수소문 끝에 다섯권쯤의 책을 주문했다

소중한 만남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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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창밖에 비 오시는 새벽

어둠속에 가만히 앉아 책 읽으니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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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셋쨋날 남은 감자를 캤다

어쨌거나

그래도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