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겨울 넋두리

햇꿈둥지 2013. 12. 1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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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친구들이 모이는 망년회에

황공 하옵게도 

운전 담당으로 발탁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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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하자면

전세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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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가 가지고 있던 아내 사용 매뉴얼에

이런 항목이 있었던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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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 손 잡아 줄 친구들에게 조차

시침이 똑 떼고 돌아 선 이유는

지나친 환자적 배려로 만들어지는 낯선 분위기들이 그저 미안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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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을 대동회에는 새로이 인사를 나눠야 하는 젊은 얼굴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친구가 물었다

-  최근에 이사를 오셨나요?

- 그럼요...바로 20년 전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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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제안이 있었다

경로회에 들어 갈 수 없는 나이의 사람들로 청,장년회를 결성 하자고...

그리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치기를

- 됐어 그럼 우리 발기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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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지도자 역을 수행 중인 유일한 친구가 말했다

- 살아 나더니 또 일 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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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발기가 뭔지

젊은 기억의 장들이 발기발기 찢어진 할마씨들만

멀뚱한 눈길로 쳐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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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마을 위에 달빛조차 덮이는 밤

밤은

결핵 환자의 얼굴처럼 창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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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무료한 날들에 대한 의미 부여를 위해

천사의 집 봉사 활동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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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의 탈을 쓴 사탄 한마리

천사의 집에 임 하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