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겨울 나들이

햇꿈둥지 2013. 1. 7. 10:15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분교장]

 

 

마음속으로만 꼭 깨문 속울음 같은 적막,

그리고 눈과 바람

텅빈 폐교 화단에 유독 밝은 황동색깔의 반공 소년 이승복 동상이 이채롭고도 눈물겹다.

그 여전함...

남루한 겉옷처럼 산을 걸치고 앞자락 가득 햇살을 두른채 수줍게 깔깔 거리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가난을 견딜 수 없어 떠난 자리마다 불빛 맑은 펜션이 들어차고

거친 숨결로 나뭇지게를 지고 넘던 산길엔 휴양림 뺀도롬한 길이 들어서고도

가재를 잡던 고운 물길의 옆자리가 파헤쳐진 뒤 캠프장이 들어 선 것을

마을의 전봇대들은 "지역 발전을 축하"한다는 선동의 바람으로 현수막을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눈 쌓인 길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손 내밀 수 있고 또 손 잡을 수 있는 아내와 함께 아무 말 없이 오래 걸었습니다

시작과 끝 조차 의미 없는 사람의 일

그 단편의 조각들에 매달려 더러는 꿈 꾸고 더러는 시기했던 날들

그 하챦은 일들을 빙그레 웃어 버리고 나니 내 나이 어느새 무거운 세월을 끌어안고도 의연 합니다

평생의 날들을 조각내어

보낸다 맞는다의 바보짓을 버리고 그저 손 잡은듯 손 놓은듯 바람처럼 살고자 합니다

 

이런 선문답 같은 짧은 말씀들이

그저 또 따듯한 인사가 되었으면 좋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