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겨울 건너기

햇꿈둥지 2016. 11.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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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날 까지

저 산 아래 세상은 여전히 사기그릇 속에서 유리구슬이 엉키어 구르는 소리들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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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과 원칙의 잣대가 언설로 횡행하고

국민의 뜻이 신봉되기 시작한 얄팍하기 그지없는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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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아이들 앞에서 조차

"나처럼 해 보라"고 말하기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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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멀미나는 세상의 한켠에 숨어

곰배팔이 첫애 낳아 씻기듯

전서로 옮겨 쓴 무숙의 애련설로 병풍 하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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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생애 예순 두번째로 만난 겨울,

겨울도 나도 어쩐지 예전만 못해

늘어지고 쇠잔한 모습으로 헤벌쭉 무릎을 맞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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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대설이 저만큼 쯤에 누워있는 십이월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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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감고

귀도 막은채

어느 고운 사람의 "바램"이란 노래로 기타를 뚱땅 거리다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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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였던 아내를 만난지 사십년이 넘고도

내 삶의 날들이 예순해를 넘었음에도

유행가 가사 한줄 조차 실천을 못 하고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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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추운 밤

어둠 한자락씩을 끌어 덮고 잠드는 시간,

변덕스럽게 그니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 홀로 가슴 촉촉해라